'극단적 선택'...차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배우 故송영규, 반지하서 살다 가족과 별거까지 하게 된 이유
하이뉴스 2025-08-06

'극단적 선택'...차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배우 故송영규, 반지하서 살다 가족과 별거까지 하게 된 이유
검찰 송치 열흘 만에 사망한 배우 송영규. 그가 과거 방송에서 털어놨던 반지하 생활 고백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2020년 12월 21일 방송된 tvN ‘신박한 정리’에는 배우 송영규와 가족의 이야기가 담겼다. 당시 송영규는 11년간 살던 넓은 아파트에서 최근 반지하 빌라로 이사했다고 밝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큰 딸이 미국에서 유학 중이고, 둘째 딸은 고등학교 1학년인데 뮤지컬 전공이라 예고에 다닌다”며 “두 딸 교육비 부담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줄어들어 집을 줄이게 됐다”고 털어놨다.
유학비 부담은 컸지만 딸의 열정과 의지가 강했고 잘해내고 있어 말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송영규는 “딸에게 ‘그래, 가라. 아빠가 열심히 뒷바라지해볼게’라고 말했다. 유학비나 둘째 딸을 충분히 지원하기 위해 살림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아내 고민정 씨 역시 “좋은 집에 있는 것보다 아이들의 꿈이 더 중요했다”며 남편의 결정을 지지했다.

방송에서는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드러났다. 송영규는 “아내가 갱년기에 갑상샘 항진증까지 겹쳐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며 “집안 정리를 원했지만 몸이 힘들어 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건강을 되찾고 좀 더 활동적으로 지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의뢰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너무 가난해 한때는 처가살이를 했고, 드라마 출연 중에도 고층 빌딩 유리창 청소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고백했다. “얼마 전까지도 유리창 청소를 했다. 사람들이 드라마에서 본 얼굴이라고 알아봐 주는데, 감사한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1970년생 송영규는 1994년 어린이 뮤지컬 ‘머털도사’로 데뷔해 긴 무명 시절을 보냈다. 이후 2012년 SBS 드라마 ‘추적자’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9년 영화 ‘극한직업’에서 ‘최반장’ 역을 맡아 얼굴을 알렸다. 이후 ‘스토브리그’, ‘수리남’, ‘카지노’ 등 굵직한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지난 8월 4일 오전 8시경,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타운하우스 차량 안에서 송영규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인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유서도 없었다. 경찰은 유족을 상대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유족으로는 아내 고민정 씨와 두 딸 서이, 서우 양이 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지 불과 열흘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난 7월 19일 밤 11시께 송영규는 용인시 기흥구에서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처인구 자택까지 약 5km를 만취 상태로 운전했다. “음주운전 같다”는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검거됐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08% 이상이었다.

25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송영규는 “내가 미쳤던 것 같다.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걸 망쳤다”며 직접 사과했다. 그는 “대리운전을 불렀는데 지인이 찾아와 잠깐 편의점에서 얘기 나누는 사이 기사님이 가셨다. 집까지 5분 거리도 안 돼 잘못된 판단으로 운전대를 잡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낮에 몸이 안 좋아서 목 약과 근육 이완제를 먹었는데, 그 뒤에 술을 조금 마셨다. 약 기운 때문에 상태가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저를 믿고 응원해준 분들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송영규는 최근까지 ENA ‘아이쇼핑’과 SBS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에 출연 중이었고, 9월 14일까지 상연 예정이던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도 캐스팅돼 있었다. 하지만 음주운전 보도 이후 ‘아이쇼핑’과 ‘트라이’ 측은 그의 출연 분량을 최대한 편집하기로 했고, 연극은 25일 저녁 공연을 끝으로 하차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이들 작품은 그의 유작이 됐다.
한편 고인의 지인에 따르면, 송영규는 아내가 운영하던 카페 사업 실패로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영화 '극한직업' 이후로 최근에는 출연 작품 수도 줄어든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