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생화 아닌 가짜 꽃을 홍보해?"...시상식 레고 꽃다발에 '화훼 업계' 단체 반발 "우린 굶어 죽으라고?"

하이뉴스 2026-01-10

 "감히 생화 아닌 가짜 꽃을 홍보해?"...시상식 레고 꽃다발에 '화훼 업계' 단체 반발 "우린 굶어 죽으라고?"

방송사 시상식에서 생화 대신 레고(장난감) 꽃다발이 사용되자, 화훼 업계가 불만을 드러냈다.

최근 한국화원협회는 방송사 시상식에서 축하용 꽃다발을 장난감 꽃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협회는 "장난감 꽃다발 사용은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와 화원 종사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줬다"며 유감을 표했다.

또한 이러한 행태가 자칫 생화 꽃다발이 비효율적이고 단점이 많은 것처럼 대중에게 인식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국내 화훼산업의 규모와 중요성을 강조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현재 국내 화훼산업에는 2만여 곳의 화원 소상공인과 다수의 화훼농가가 종사하고 있어 생화 소비는 이들의 생계와 직결된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화훼산업 발전 및 화훼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을 통해 화훼 소비 촉진과 꽃 생활화 문화 확산을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는 시점임을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중적 영향력이 큰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장난감 꽃을 사용한 것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논란이 된 현장은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2025 MBC 방송연예대상'이었다. 해당 시상식에서는 수상자에게 수여되는 꽃다발은 물론 시상식장 전반의 장식이 장난감 꽃으로 구성되었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 시상식에서 생화 꽃다발 대신 장난감 꽃다발을 전면적으로 도입한 것은 MBC가 최초의 사례다.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에 대해 온라인상에서도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일부 누리꾼은 "소비자가 원하는대로 소비를 하겠다는데 지들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 "왜 꽃에 돈 안 쓰냐고 화내는거임? 어이가 없다" , "공산당임? 뭘 쓰든 돈 쓰는 사람 마음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기감은 더욱 구체적이고 심각했다. 다른 방송국의 연예 시상식 꽃다발 제작을 맡았던 한 꽃집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현재 화훼업계에 가장 중요한 대목인 졸업 시즌이 겹쳐 있는 기간임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영향으로 생화 대신 장난감 꽃다발을 제작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기이한 현상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개탄했다.

그는 최근 지속되는 고물가로 인해 꽃 생산 비용과 인건비가 크게 상승하여 농가와 화원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실태를 언급했다. 이러한 힘든 시기에 공영성이 강한 방송 매체가 산업에 미칠 파급력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장난감 꽃을 홍보하듯 노출한 것에 대해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소비자가 조화나 레고를 선택하는 것은 자유일 수 있으나, 방송은 대중의 소비 패턴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매체인 만큼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고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였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화훼 업계의 절규와는 대조적으로, 글로벌 완구 기업인 레고는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완구 시장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레고는 장난감 꽃다발 세트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독보적인 실적 성장을 기록했다.

AFP 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레고는 2024년 매출이 전년 대비 13% 증가한 743억 덴마크 크로네(한화 약 15조 7000억 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덴마크의 완구 및 게임 시장 전체 매출이 약 1% 감소하며 역성장하는 환경 속에서 레고만이 홀로 독주했다는 사실이다. 레고 측은 실적 발표를 통해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에서 레고 꽃다발 세트 판매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방송 시상식에서 사용된 것과 유사한 '보태니컬 세트'가 성인층 사이에서 인테리어 및 선물용으로 각광받으며 전체 매출 성장을 강력하게 견인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시상식 꽃다발 논란은 한 기업의 혁신적인 제품 성공이 다른 전통 기반 산업의 위기로 이어지는 경제적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방송사가 주도한 이색 트렌드가 졸업식과 입학식 등 국내 화훼 시장의 최대 대목에 어떤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