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데리고 있을 자격 없다"...인종차별한 동료 벤탄쿠르, 비난 댓글 삭제하며 무대응 '논란'
하이뉴스 2024-06-17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손흥민을 향해 저지른 역겨운 인종차별 논란이 멈추지 않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벤탄쿠르와 토트넘 측도 비난 댓글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벤탄쿠르는 우루과이의 한 방송에서 손흥민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다 "아시아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라고 발언했다.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이었다. 벤탄쿠르는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고, 결국 꼬리를 내렸다. SNS를 통해 급하게 사과했다.
벤탄쿠르는 "쏘니 내 형제여! 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한다. 그건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와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려고 했던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아주기를 바란다. 사랑해 내 형제!"라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게 끝이다. 진정성이 의심을 받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달랑 SNS에 몇 줄 남겨 놓고 사과라고 했다. 게다가 벤탄쿠르는 게시 24시간이면 사라지는 방식으로 사과문을 올리면서 더욱 큰 비난을 받아야 했다. 24시간 짜리 사과일 뿐이었다.
영국의 거의 모든 언론들이 나서 벤탄쿠르 문제를 보도했다. 'BBC', '가디언' 등 영국의 유력지들도 나섰다. 벤탄쿠르의 행동은 단순히 축구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문제다. 지구촌에서 뿌리 뽑아야 할 문제다.
토트넘의 소식을 전하는 'The Spurs Web'은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벤탄쿠르가 그런 말을 한 것은 미친 짓이다. 그것은 나쁜 농담이 아니라 매우 모욕적인 발언이다. 우리는 쏘니가 그것을 마음에 새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선수가 토트넘 프리시즌에서 만날 때 괜찮기를 바란 뿐"이라고 강조했다.
토트넘의 소식을 전하는 또 다른 매체 'The Boy Hotspur'는 "벤탄쿠르의 발언은 아시아인은 서로 구별할 수 없다는 그 해로운 고정관념을 영속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영국의 '기브미스포츠'는 손흥민이 인종차별로 인해 꾸준히 고통 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첼시, 웨스트햄, 크리스탈 팰리스 등 팬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 이런 고통이 지속되고 있는 손흥민에게 팀 동료라고 하는 벤탄쿠르가 똑같은 짓을 한 것이다.
또한 여전히 토트넘이 공식 SNS를 통해 어떤 게시글을 올리기만 하면 벤탄쿠르 인종차별 사건과 관련된 팬들의 댓글만 달리고 있다. 벤탄쿠르의 아쉬운 대처와 토트넘의 무대응으로 인해 괜히 다른 토트넘 선수들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이미 일은 벌어졌는데 토트넘의 대응도 매우 아쉽다. 토트넘 공식 SNS에 팬들이 인종차별 사건과 관련된 댓글을 달면 구단에서 일부 댓글을 지우고 있다는 의혹이 생기고 있다. 이미 몇몇 게시글에서 팬들이 "댓글을 지우지 마라"고 요구하며 다시 댓글을 다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댓글을 지워서 사건을 무마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구단의 이미지만 챙기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토트넘의 대응이 아쉬운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까지는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서는 항상 빠르게 대처했기 때문이었다. 2022년 8월 첼시전에서, 2023년 5월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사건이 벌어진 후 토트넘은 곧바로 공식 성명을 냈다.
당시 토트넘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팰리스전에서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을 사건이 발생했다는 걸 확인했다. 우리는 모든 차별을 혐오한다. 현재 당국 경찰, 팰리스 구단과 함께 관련자를 조사하고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만약에 인종차별이 입증된다면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결국 해당 팬은 3년 동안 축구장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으며 팬들의 댓글을 지운다는 의혹까지 받으면서 상황을 더 키우고 있다. 팬심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17일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토트넘이 가장 최근에 올린 미키 판 더 펜 관련 게시글에도 역시 인종차별 사건 관련 댓글밖에 없다
주장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저지른 로드리고 벤탄쿠르. 성의 없는 사과문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토트넘은 구단 공식 SNS에서 분노한 팬들의 댓글을 삭제한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어 팬들에게 더욱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팬들은 "이 팀은 아시아 팬들을 오로지 돈으로만 본다. 존중이 없다"부터 시작해 "우리의 주장을 존중해라. 댓글을 삭제하지마라",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났으면 좋겠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데리고 있을 자격이 없다" 등 분노를 쏟아내는 중이다. 토트넘이 곧 한국와 일본으로 아시아 투어를 떠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두고 토트넘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에서도 벤탄쿠르를 향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영국 풋볼 런던에서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는 알레스디어 골드 기자 역시 "벤탄쿠르가 한 말은 정말 어리석은 것이며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했다. 손흥민이 동료들에게 필요로 하는 게 아니었다"며 분개했다.
이 매체는 "손흥민은 인종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 손흥민은 과거 여러 차례 인종차별의 피해자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과거 인종차별에 대한 손흥민의 발언을 전했다. 이 매체는 "손흥민은 과거 자신에게 직면한 고통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2019년 손흥민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며 손흥민의 절규를 담았다. 손흥민은 이런 목소리를 냈다.
"저는 영국에서 뛰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인종차별을 받았습니다. 가장 좋은 대응은 아무것도 반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 인간으로서 축구를 합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함께 스포츠를 합니다. 우리는 인종차별을 받는 선수들을 보호하고, 함께 싸워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라커룸에서 이런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입니다."
손흥민의 절규를 잊었는가. 인종차별로 상처를 받은 손흥민. '제 3자'가 아닌 팀 동료, 곁에서 함께 했던 친구에게 당한 첫 번째 인종차별이다. 그 상처와 고통은? 명백하다. 벤탄쿠르는 인종차별 가해자다.
하이뉴스 / 정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