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이 2011년에 이어 최근 교도소에서 또 다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인권위에 "용변 보는 것까지 감시받고 있다"고 진정서를 낸 바 있다. 

지난해  법무부에 따르면 신창원은 전날 저녁 대전교도소 내 자신의 감방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순찰 중이던 교도소 직원에게 적발됐다. 그는 바로 대전의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졌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원은 극단적 시도에 대해 2019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며 "CCTV를 통해 화장실에서 용변 보는 것도 노출된다"며 "전자영상장비를 통한 감시를 20년 넘도록 지속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신창원을 독방에 수감하고 CCTV로 감시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크게 제한한 행위라고 보고 신창원이 수감된 광주지방교정청 산하 교도소와 법무부 장관에게 개선을 권고했다.

 

신창원은 또한 지난 2011년 8월 18일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바가 있어 횟수로 두 번째다. 당시 그는 새벽 4시경에 고무장갑으로 목을 조른 채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순찰 중이던 교도관이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 생명을 유지했다.

해당 교도소는 신창원이 이 같은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자체 조사에서 "부친의 죽음에 따른 심경변화와 같은 교도소 무기수 김 모 씨의 극단적 선택에 충격을 받아 충동적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창원도 조사 과정에서 "충동적이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다. 죄송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창원이 문성호 자치경찰연구소장에 보낸 편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편지에서 "나는 10년 3개월 동안 징벌을 받은 적이 없고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도주를 기도한 적이 없지만 10년 5개월째 독방에 격리돼 있다"며 "내가 왜 수갑을 차고 다녀야 하며 TV 시청을 금지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이어 "엄중 격리된 상태에서 이상행동을 보이는 수용자를 많이 봤고 나 또한 악몽 우울 장애 불면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수십 번 위험한 고비와 수백 번 인내의 한계점을 경험했다"며 "인간은 인내의 한계점을 넘어서면 어떤 형태로든 극단적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기도 했다.

5월 22일 법무부에 따르면 전날 밤 8시께 대전교도소에서 순찰하던 교정공무원이 자신의 감방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쓰러져 있는 신창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 직후 대전의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전날 의식이 없는 상태로 실려 왔으나 오늘 낮부터 의식이 돌아왔고, 신체활력징후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는 수면 치료를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순찰하던 직원이 조기에 신 씨를 발견해 적절하게 대처했다"라고 말했다.

목을 맨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 구체적인 경위 등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다.

 

신창원은 1967년 생으로 올해 57세다. 그는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으며 1989년 3월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한 주택에 침입해 약 3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고 집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돼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희대의 탈옥수'라 불리게 된 사건은 복역 8년째인 1997년 1월, 감방 화장실 통풍구 철망을 뜯고 교도소 사동 밖으로 나온 교도소 내 공사장을 통해 밖으로 달아났다. 교도소 내 노역 작업 중 얻은 작은 실톱 날 조각으로 4개월 동안 하루 20분씩 톱질을 해 화장실 쇠창살을 잘라냈고, 교도소 담장을 넘어 탈출할 때에는 신축 공사장에서 주운 밧줄을 이용했다.

탈옥 직후 전국에 지명수배되고 곳곳에서 그를 목격했다는 신고나 제보가 계속됐지만, 신창원은 붙잡히지 않아 '신출귀몰'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1997년 12월에는 경기도 평택의 한 빌라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창밖에 설치된 배수관을 타고 달아나는 등 영화에서나 볼 법한 도주 행각을 보였다.

또한 탈옥 1년째인 1998년 1월 그는 충남 천안에서 경찰관과 격투를 벌이다 권총을 빼앗아 달아나기도 하는 등 도주를 이어갔다.

이렇게 공권력을 비웃듯 번번이 경찰 추적에서 벗어나자 '희대의 탈옥수'라는 별칭이 붙게 됐다.

인터넷 팬카페가 생길 정도로 신 씨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자 신창원을 사칭한 범죄가 여러 건 발생하기도 했다.

탈옥 2년 6개월째인 1999년 7월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 숨어 있던 신창원은 TV 수리를 위해 아파트를 찾았던 수리공의 신고로 검거됐다. 신창원은 무기수였지만 이 도피로 도주죄 등이 인정되어 22년 6개월 형이 추가됐다.

이후 20여 년간 독방에 수감돼 CCTV를 통한 '특별 계호'를 받아왔다.

 

신창원의 907일간 희대의 탈주극 일화다.

부산교도소가 개청 5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부산교도소 50년사’에 따르면 죄수 신창원은 탈옥하기 약 3개월 전부터 변비에 걸렸다는 핑계로 극단적으로 살을 빼기 시작했다. 그는 80kg 정도였던 몸무게를 60kg까지 빼고 몸을 날렵하게 만들어 교도소 화장실 환기구의 좁은 공간을 통해 탈옥 준비를 해왔다.

또한 환기구에 설치된 쇠창살을 자르기 위해 몰래 훔친 쇠톱으로 티 나지 않게 조금씩 절단했다. 심지어 쇠톱질 소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재소자의 심리 안정을 위한 ‘야간 음악방송’ 시간에 작업을 하는 등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탈옥하기 1개월 전에는 다른 재소자에게 차량 열쇠 없이 승용차의 시동을 거는 방법 등을 묻기도 했다.

 

1997년 1월 20일 새벽 환기구를 통해 빠져나간 신창원은 그렇게 탈옥에 성공했다. 이후 부산교도소 외벽을 타고 교도소 근처에 있던 자전거 1대를 훔쳐 타고 달아나 한 농가에서 양복과 구두, 흉기를 훔쳤다.

탈옥한 신창원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서울 천호동이었다. 그는 수감 전 동거하던 여성을 만나려고 서울로 향했지만 계획에 실패하자 다시 천안으로 이동해 몸을 은신했다.

수차례 경찰 추적을 따돌린 그는 1999년 7월 16일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 은신해 있었고, 은신처에 출장을 갔던 가스관 수리공의 제보로 인해 붙잡혔다.

그렇게 신창원은 907일 도주행각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도 105회에 걸쳐 9억 8000만 원 상당을 절도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기간 무려 97만 여명의 경찰이 동원된 바 있다.

신창원의 탈옥 이유에 대해 “무기징역에 대한 절망감으로 난동을 부리고 흡연 때문에 징벌을 받자 교도소 생활에 염증을 느꼈다”며 “수감 전 만났던 애인을 보고 싶어했고 자신의 범행을 신고한 사람에 대한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신창원은 무기징역형과 유기징역형(22년 6월)이 합산되어 집행 중이다.

그의 근황과 소식이 전해지자 포털사이트에서는 신창원 출소 날짜가 인기검색어로 올랐지만, 그는 무기수로, 가석방은 물론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평생 사회로 나올 수 없다.

 

 

 

하이뉴스 / 정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