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부터 줄줄이 좌절"... 위기의 한국 스포츠, 올림픽 구기종목 '전멸'
하이뉴스 2024-04-29
파리올림픽에 나설 한국 선수단의 규모가 1976 몬트리올 대회 이후 역대 최소 인원이 될 거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구기종목들이 대회 출전권조차 따내지 못한 영향이 크다.
28일 현재 파리올림픽 본선 참가가 확정된 한국의 구기종목은 여자 핸드볼밖에 없다.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감독이 이끄는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지난해 8월 아시아 지역 예선을 통과해 11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이뤄냈다. 오는 7월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선 축구와 농구, 배구, 하키, 핸드볼, 럭비, 수구 등 단체 구기종목이 열리지만,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 뛰는 경기는 여자 핸드볼뿐이다.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야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은 불과 3년 전 열린 2020 도쿄 대회에 여자 농구와 남녀 배구, 럭비, 야구, 핸드볼, 축구 등 종목에 선수를 파견했다. 저출생 현상에 따른 엘리트 선수 수급난에 구기종목의 부진까지 더해져 파리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는 200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대한체육회는 파리로 향할 한국의 참가선수 규모가 170~180명쯤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참가선수가 200명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50명이 나섰던 1976 몬트리올 대회 이후 48년 만에 처음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와 2020 도쿄 대회에는 각각 204명, 232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참가선수 감소는 성적 하락과도 연결된다. 한국이 하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이상을 수확해 종합 10위 안에 진입한다는 ‘10-10’ 목표는 옛말이 됐다. 현재 체육회는 파리올림픽 금메달 목표치를 5~6개로 설정하고 있다. 종합 순위는 20위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 2012 런던 대회 때만 해도 금메달 13개를 수확해 종합 5위에 올랐다. 2016 리우 대회 때는 종합 8위를 달성했으나 금메달 숫자가 한 자릿수(9개)로 줄었다. 2021년 열린 도쿄 대회에선 16위(금 6개)까지 추락했다
40년 만에 올림픽 출전 불발
황선홍호가 신태용호 인도네시아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패하며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대업 달성에 실패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와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2-2 무승부에 그치고 승부차기에서 10-11로 졌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하는 이번 대회에서 1∼3위에는 파리행 직행 티켓을 얻고, 4위는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행 여부를 가린다.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매번 본선 무대에 올랐던 한국은 이날 8강에서 탈락하면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황선홍호 선수들은 세계 축구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은 물론 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올림픽 무대에 도전도 해보지 못하게 됐다.
2021년 9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더불어 이번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U-23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황 감독은 2년 6개월여의 시간이 주어졌는데도 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하며 지도자 경력에 큰 오점을 남겼다.
한국이 인도네시아와 U-23 대표팀 간 대결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까지 5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다.
A대표팀 성적만으로 매기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인도네시아는 134위로 23위인 한국보다 111계단이나 아래에 있다.
2017∼2018년 한국 A대표팀을 이끌었으며 2020년부터는 인도네시아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지휘해온 신태용 감독은 한국이라는 아시아의 '거함'을 침몰시키며 지도력을 과시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이날 경기에 앞서 신 감독과 2027년까지 재계약을 맺으며 힘을 실어줬다.
인도네시아는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이후 68년 만의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과 마찬가지로 스리백 전술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한국에는 황 감독이 후반 추가시간 항의하다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는 겹악재까지 찾아왔다.
연장 후반부터 한국은 처절하게 '두 줄 수비'를 펼쳤고, 결국 경기는 승부차기로 향했다.
양 팀 모두 6번 키커만 나란히 실패했을 뿐 모두가 승부차기에 성공해 나갔고, 12번 키커까지 페널티스폿에 서야 했다.
한국의 12번 키커 이강희의 슛이 골키퍼에게 막혔고, K리그1 수원FC에서 뛰는 인도네시아 측면 수비수 아르한의 마지막 슈팅이 오른쪽 골대에 꽂히면서 한국의 파리행 불발이 확정됐다.
하이뉴스 / 정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