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마라토너가 돌아왔다"...이봉주의 기적, 등 굽고 허리 꺾였던 '난치병' 회복하고 4년 만에 다시 달렸다
하이뉴스 2024-04-23
난치성 질환으로 등이 굽고 허리가 꺾였던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4년 만에 다시 달리는 감동적인 순간이 포착됐다.
이봉주는 지난 21일 ‘제28회 삼척 황영조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수술과 회복으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출발선에 다시 선 이봉주는 약 150m가량을 달리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도 이봉주의 곁을 지키며 함께 달렸다.
황 감독과 이봉주는 고등학교 시절 라이벌로 처음 만난 동갑내기이며 90년대부터 함께 선수 시절을 보낸 30년 지기 절친이다.
한 매체에 따르면 출발선에서 ‘11342’ 번호를 달고 웃으며 달리는 이봉주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파란색 모자에 하얀색 티셔츠를 입은 이봉주는 난치병으로 굽었던 허리를 곧게 펴고 달렸다.
이봉주는 “늘 저와 동행하셨던 장인어른이 지난해 11월에 돌아가시면서 함께 못 오게 되어서 아쉽다. 장인어른도 여기 어딘가에 오셔서 축하해주고 계실 것”이라며 “오늘은 제가 삼척의 사위가 된 의미 있는 날, 결혼기념일”이라고 말했다.
이봉주는 “보시다시피 지난해보다 좋아지고 있다. 계속 좋아지고 있다. 100% 좋아진 건 아니고 60% 정도”라며 “계속 좋아지고 있으니까 앞으로 더 좋아져서 10㎞, 하프, 풀코스까지 완주하는 몸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팬들에게 “걱정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보시다시피 몸이 많이 회복됐다. 더 회복해서 여러분과 뛰는 그날을 기대해보겠다”고 말했다.
현장에 함께 있던 대회 참가자들은 “이봉주 화이팅!”을 외치며 그를 응원했다.
이날 이봉주는 42.195km를 달리지는 못했지만 그가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완주한 것 이상의 감동을 자아냈다.
이봉주가 걸린 근육긴장이상증
봉주는 2020년 근육긴장 이상증이라는 희귀 질환 진단을 받았다. 근육긴장 이상증은 특정 근육이 틀어지고 긴장·수축해 비정상적 자세로 신체가 고정되는 질병이다. 원인 불명의 허리 경련과 통증도 가중된다.
이봉주는 이 병으로 등이 굽고 목이 90도로 꺾이는 모습을 보여줘 대중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2021년에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6시간30분에 걸쳐 척수지주막낭종 제거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 재활에 힘써왔다.
‘불멸의 마라토너’, ‘봉달이’ 등 애칭이 있는 이봉주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1년 보스턴마라톤대회 우승 등의 기록이 있다.
대한체육회는 그의 이력과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해 2022년 이봉주를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전설의 마라토너 이봉주
이봉주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수상한 대한민국의 전설의 마라토너로 알려져 있다.
2009년 은퇴 이후에는 방송활동에 집중했는데 특히 '뭉쳐야 찬다' 방송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로 시청자들께 사랑받았다. 그러나 사이판 전지훈련 당시 타이어를 끌다가 부상을 입어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렸다.
방송에서는 계단을 내려오는 것조차 불편해 보이는 모습이 공개되어 시청자들의 걱정을 샀는데, 이봉주는 건강 상태에 대해 “지금 몸이 좀 안 좋다”라고 말하며 “건강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었다”라고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당시 이봉주는 허리가 심하게 굽고 압박 붕대나 배에 보톡스를 맞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으며 이후 복벽이상운동증이라는 병명을 밝혔다.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는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고.
그는 허리가 점점 굳어지고 펼 수 없는 증상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다가 2021년 6월 서울성모병원에서 6시간 30분에 걸쳐 흉추 6번과 7번 사이에 있는 '척수지주막 낭종' 제거 수술을 받았으나 기대와 달리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매일을 재활치료와 신경치료를 병행하며 회복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으나 한 유튜브에서 2년 만에 근황을 전한 이봉주는 여전히 난치병과 싸우는 중이었으며 오랜 투병 생활로 인해 그동안 모아놓았던 재산까지 모두 잃어가고 있다고 언급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봉주는 부상 이후 수년간 수입이 끊겼으며 장기간의 치료로 인해 여러 고충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명확히 외부로 보이는 부상도 아니라 보험처리가 쉽지 않아 전부 자비로 부담했다고 밝혔다.
이봉주는 두 자녀의 근황에 대해서도 전했는데 첫째는 지금 삼수하고 둘째는 재수 중이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전한 그는 첫째가 바깥 활동을 안 하고 있다는 사실에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
한편, 이봉주는 2002년 동갑내기 김미순과 결혼식을 올렸으며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은 김미순의 조카를 아들로 입양해 키우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미순은 “오빠가 조카가 6살 때 사고를 당해 하늘나라로 갔다”라고 언급하며 아빠의 존재를 계속 필요로 했던 조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챙겨주기로 결정한 이봉주의 배려를 전했다.
하이뉴스 / 정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