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사비로“...응급실서 내쫓긴 아기들 위해 수십억 들여 '직접 중환자실 만든' 의사
하이뉴스 2025-03-25

"전액 사비로“...응급실서 내쫓긴 아기들 위해 수십억 들여 '직접 중환자실 만든' 의사
소아 응급의료 시스템이 무너진 대한민국에서, 응급실조차 받아주지 않는 현실에 절망한 부모들은 어디로 향해야 했을까. 병원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생명을 위협받는 아기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 소아과 의사가 결단을 내렸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면, 내가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수십억 원을 들여 직접 소아 중환자실을 만든 것이다.
정부와 병원들이 외면한 소아 응급의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 의사는 개인 재산을 털고 전국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소아 전문 중환자실을 설립했다. 연일 몰려드는 응급 환자들을 보며 그는 “이 병원이 마지막 희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소아과 의사의 고군분투는 의료 붕괴라는 말이 현실이 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치열하고 절박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응급실에서 내쫓긴 아기들,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 병원 하나를 일으킨 한 사람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자신의 병원에 소아응급 치료시설과 중환자실을 직접 구축

지난해 12월 어느 깊은 밤, 경기 의정부에 위치한 튼튼어린이병원으로 생후 5개월 된 아기가 실려 왔다. 호흡이 점점 가빠지는 위급한 상태였다. 하지만 중환자실이 없는 이 병원에서는 즉각적인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응급처치를 이어가며 아기를 받아줄 병원을 찾아 수십 통의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응급·중증 소아환자를 받아주겠다는 병원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두 시간 넘게 시간을 허비한 끝에, 자정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경기 남부에 위치한 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할 수 있었다.
“소아 중환자가 병원으로 찾아오지만 적시에 전원이 되지 않는 일이 이제는 한두 주에 한 번씩은 꼭 반복됩니다. 그러다 골든타임을 놓쳐서 결국 사망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두려웠죠.” 지난 13일, 병원에서 만난 최용재 원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씁쓸하게 말했다.
몇 년째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이 끊기고, 기존 전문의들조차 빠져나가고 있는 현실. 최 원장은 깊은 고민 끝에 결국 결단을 내렸다. 바로 자신의 병원에 소아응급 치료시설과 중환자실을 직접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전액 최 원장이 직접 마련한 것

최용재 원장은 조금씩 모습을 갖춰가는 중환자실과 응급치료 장비를 기자에게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소개했다. 그는 “다음 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준비 중인 튼튼어린이병원 소아 중환자실은 총 3개 병상 규모로 운영될 계획이다. 여기에 최첨단 의료기기와 장비도 함께 도입했다. 특히 고유량 산소치료기는 일반적인 산소 공급량보다 훨씬 많은 산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장비로, 폐렴과 천식,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 등으로 인한 호흡곤란 증상을 완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이 장비는 주로 준중증 및 중증 호흡기 질환 환자 치료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 모든 시설과 장비를 갖추는 데 들어간 비용은 수십억 원에 달하며, 전액 최 원장이 직접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소아 의료체계가 계속 붕괴하고 있지만 회생 가능성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지금처럼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