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제발 축구협회도 맡아주세요"...같은 현대 계열, 리더의 중요성을 보여준 '정의선과 정몽규' 차이점
하이뉴스 2024-07-29
"한국이 쏘면 역사가 된다"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10연패'의 신화를 달성한 가운데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대한양궁협회장)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 마련된 양궁 경기장 시상식에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회장은 이날 시상자로 나서 임시현(한국체대), 남수현(순천시청), 전훈영(인천시청)등 한국 대표팀에게 부상을 전달하며 축하했다.
앞서 정 회장은 장영술 협회 부회장을 통해 지난 16일 양궁 대표팀에 "흔들리지 않고 항상 자신을 믿어라. (어떤 상황에서도) 평상심을 꼭 유지하라"며 격려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는 정 회장의'양궁 사랑'과 대한양궁협회의 선진 행정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양궁협회장을 맡은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등 하계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현지 경기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응원해오고 있다.
정 회장은 1985년 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2005년 협회장 자리를 이어받아 대를 이어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중 가장 오랜 기간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2023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정 회장은 파리올림픽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가겠다"라고 답하면서 "(현대차그룹에서 양궁 대표단에 제공할) 신기술 훈련기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해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학맥이나 인맥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실력만으로 뽑는 것으로 알려진 공정한 선발 과정으로 인해 "양궁 국가대표로 선발도기는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같은 정 회장의 양궁에 대한 사랑과 공정성 때문에 매번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스포츠팬들은 정 회장과 양궁 협회를 향해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누리꾼들은 "정의선 회장은 협회장 GOAT(Greatest Of All Time)", "정의선 회장님! 제발 대한축구협회도 맡아주세요!" , "같은 현대 계열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 "역시 리더가 누구인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구나"등의 반응이 보여지고 있다.
금금금금금! 한국 양궁이 우주 최강인 이유
한국 양궁이 여자 단체전 10연패를 이룬 순간 선수들의 눈가에선 눈물과 미소가 동시에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선배들이 시작한 금빛 전통을 자신들이 망치지 않았다는 안도감, 꿈이라 여겼던 첫 올림픽 무대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기쁨이 교차하는 듯 했다.
전훈영(30·인천시청)과 임시현(21·한국체대), 남수현(19·순천시청)이 힘을 합친 여자 양궁 대표팀은 28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특설 사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슛오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세트포인트 5-4로 꺾었다. 올림픽 역사에 길이 남을 10연패였다.
선수들은 지독한 부담감이 자신들을 하나로 묶었다고 털어놓았다. 과거와 달리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첫 올림픽 출전이라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컸다.
가장 나이가 많지만 이름값은 가장 낮았던 전훈영은 “솔직히 나라도 그런 걱정을 했을 것 같다. 진짜 못 보던 선수가 아니냐”면서 “선발전을 통과했다는 자부심, 다른 선수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더 훈련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금메달이 확정되니 눈물이 쏟아지더라”고 말했다. 임시현은 “이 메달의 무게가 무겁고 좋다”고 말했다.
주변의 시선에도 선수들이 버틴 원동력은 그동안 흘린 땀의 무게였다. 세 차례에 걸친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뒤 진천선수촌에서 자신을 입증하는 고난을 극복했다는 믿음이 있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인 임시현은 “우리가 노력한 것이 무너지면 안 되지 않느냐. 에이스라고 불러주시는 것에 감사했지만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고 나를 다그쳤다”고 말했다. 전훈영도 “정말 다들 노력했기에 금메달을 못 따면 더 억울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기억에선 당분간 결승전 슛오프 장면이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한국은 슛오프에서도 중국과 27-27 동률인 상황에서 전훈영과 임시현이 쏜 화살이 9점에서 10점으로 바뀌며 금메달이 확정됐다.
전훈영은 “사실 경기 내용이 다 기억나지는 않는데, 그 순간은 확실히 기억난다. 화살이 (9점과 10점의) 경계선에 걸친 게 보였기에 10점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고, 임시현은 “모두가 노력한 게 이 한 발로 무너지면 안 된다는 마음이었다”고 강조했다. 남수현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도쿄 올림픽을 보면서 꿈꾸던 파리에서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이라며 “언니들과 힘을 합쳐서 10연패라는 역사를 썼다”고 말해 감동을 더했다.
한국 양궁은 이제 다시 한 번 라이벌들의 도전을 기다리는 입장이 됐다. 올해 월드컵 시리즈에서 두 차례나 패배를 안겼던 중국은 결승전에서도 위협적인 존재였다.
임시현은 “한국 양궁이 언제까지 이 자리를 지킬지는 모른다. 다른 나라도 계속 올라오고 있는데, 우리도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이뉴스 / 정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