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제발"...손흥민, 유로파 첫 우승 후 눈물 흘리며 전한 말에 모두를 울렸다
하이뉴스 2025-05-22

"저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제발"...손흥민, 유로파 첫 우승 후 눈물 흘리며 전한 말에 모두를 울렸다
10년을 버틴 사나이, 손흥민.
마침내 그는 눈물로 커리어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기다림에 지친 한국 팬들이었다.
“죄송합니다. 너무 오래 걸렸죠…”
스페인 빌바오의 하늘 아래, 토트넘 주장 손흥민은 그렇게 고개를 숙였다.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죄송… 싫어하시는 분들도 이번엔 마음이 움직였으면”

현지 시간으로 21일,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 토트넘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41년 만에 유럽 대항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 선 손흥민의 눈가엔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덧붙였다. “싫어하셨던 분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이라도 저를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손흥민, 비판, 부진, ‘에이징 커브’… 온갖 논란 이겨낸 ‘리더’ 한국인으로 태어나 자랑스럽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리그 7골 9도움에 그치며 ‘에이징 커브’ 논란, ‘대표팀 기량 하락’ 지적 등 혹독한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소속팀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권 경쟁에서 밀려나며 팬들의 분노를 샀고, 대표팀도 아시안컵 부진으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손흥민. 일부는 “이젠 내려올 때다”, “캡틴은 무겁다”는 말로 등을 돌렸지만, 그는 묵묵히 말보다 행동으로 답했다.
우승컵을 안고 마이크 앞에 선 손흥민은, 그간 참아온 모든 감정을 토해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자랑스럽습니다. 이 퍼즐을 완성하는 데 가장 큰 조각은 한국 팬들이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으로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진심 어린 다짐을 남겼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처음으로, 스스로를 레전드라 불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누구도 못한 걸 내가 했다”…토트넘 10년의 눈물, 결실이 되다

2015년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세 차례 결승에서 모두 무릎 꿇었던 손흥민.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장 완장을 차고 마침내 이뤄냈다. 토트넘 역사상 첫 아시안 주장, 41년 만의 유럽 대항전 우승, 17년 만의 공식 대회 트로피, 그리고 손흥민의 프로 커리어 15년 만의 첫 우승이었다.
그는 경기 종료 직후 무릎을 꿇고 포효했다.
말보다 먼저 터진 눈물은 10년의 인내, 수천 번의 훈련, 수만 번의 비난을 삼켜온 리더의 울음이었다.
토트넘 “그는 우리 클럽의 영웅”…팬들은 “진짜 한국 레전드”

토트넘 구단은 공식 SNS를 통해 “역사를 쓴 주장, 손흥민”이라는 문구와 함께 우승 사진을 게시하며 찬사를 보냈다.
팬들은 “이날만큼은 당신이 진짜 레전드다”, “밉다가도 울었다,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댓글로 응답했다.
손흥민은 인터뷰 말미 이렇게 말했다. “오늘만큼은 저도, 토트넘의 레전드라 불릴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말에 기자석도, 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손흥민은 이 우승으로 차범근, 김동진, 이호에 이어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린 네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오래, 깊게 울었고, 가장 무겁게 들어올린 트로피였다.
오늘 밤, 대한민국은 또 한 번 손흥민에게 감동을 빚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