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응급실도 동행했던 분"...양심 치과의사 참변 소식에 환자들 오열 '동료 의사들 무료 치료 나섰다'

하이뉴스 2024-12-31

"환자 응급실도 동행했던 분"...양심 치과의사 참변 소식에 환자들 오열 '동료 의사들 무료 치료 나섰다'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광주광역시에서 치과를 운영했던 의사 이광용(53)씨가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자와 보호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추모글을 올리며 애도를 표했다.

2009년부터 광주 흑석동에서 치과 치료를 했던 이씨는 어린 환자들을 잘 달래며 친절하게 진료하기로 유명했다. 또 과잉진료를 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았다고 한다. 광주 지역의 한 치과의사는 “부모와 아이들이 소아 전문 치과보다 더 믿고 가는 곳이었다”며 “존경하던 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망하다”고 말했다.

신임이 두터웠던 이씨를 추모하는 지역 주민들의 글이 SNS에 다수 게재됐다. 한 주민은 “앞니 색이 달라 걱정하던 첫째 아이에게 ‘나중에 커서 여자친구 만들 때쯤 예쁘게 (치료)하면 된다’고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아이들을 예뻐해주시고 과잉진료가 없어 늘 환자로 붐비던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도 소식을 듣고 매우 슬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주민은 “치료를 받은 뒤 갑작스럽게 밤에 응급실을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원장님이 동행했던 기억이 난다”며 “환자에게 마음을 다했던 의사 선생님이었다”고 회고했다.

광주광역시치과의사협회는 이씨를 추모하는 현수막을 광주 시내에 걸었다. 협회 관계자는 “호남대 치위생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면서 실습 기자재를 기부하는 등 온정을 베푼 의사였다. 지역사회의 큰 별이 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광주광역시치과의사회에 따르면 故 이 원장은 조선치대를 졸업하고 치과를 개원해 환자 진료를 이어왔다. 고인은 개인적인 일정으로 태국에 다녀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故 이 원장의 부고 소식이 전해진 뒤 지역 내 동료 치과의사들은 이 원장의 부재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 환자 치료를 대신 맡는 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한 동료 의사는 치료가 남은 환자들을 추가 부담 없이 돕겠다고 나섰다. 이씨 치과에서 약 1.3㎞ 떨어진 곳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조원빈(38) 원장은 “이 원장님과 친분은 없지만 환자를 위해 헌신하던 분 중 한 명이라고 들었다”며“원장님이 헌신적으로 환자분들과 아이들을 위해 사셨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기존에 다니시던 교정환자 분들, 임플란트 진행 중이셨던 분들 할 수 있는 한 저희 치과에서 마무리해드리려고 한다. 환자들도 크게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지원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 차트를 전달받아보니 교정·신경치료 환자가 수백명 될 것 같다. 웬만하면 추가비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 치과의사도 "비보를 전해 듣고 일천한 실력이지만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돕겠다"며 "주저하지 말고 내원해달라"고 글을 올렸다.

한편 광주광역시치과의사회는 故 이광용 원장을 포함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형 현수막을 지부회관에 설치하기로 했다. 또한, 故 이 원장의 개별 빈소가 마련되면 곧바로 전 회원 문자로 안타까운 소식을 전달하고, 광주지부 임원 등이 조문에 나서 유가족들을 위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