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회사, 퇴근 후 배달" 강동구 싱크홀 사망자, '17시간 만에 심정지로 발견' 주 7일 일하는 가장이었다
하이뉴스 2025-03-26

"낮엔 회사, 퇴근 후 배달" 강동구 싱크홀 사망자, '17시간 만에 심정지로 발견' 주 7일 일하는 가장이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도로 한복판에서 발생한 싱크홀(땅꺼짐) 사고로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 씨(33)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6시 29분께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사거리에서 길동생태공원 삼거리 방향으로 가고 있던 박씨는 갑자기 꺼진 도로 아래로 추락했다. 싱크홀은 지름과 깊이가 각각 20m에 달하는 대형 규모였다.
한 매체에 따르면 박씨는 낮에는 광고회사 프리랜서로 근무하고, 밤에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평일·주말 가릴 것 없이 쉬지 않고 일했다는 박씨의 지인들은 매체에 "늘 열심히 살던 친구였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2018년 아버지를 사고로 여읜 뒤 어머니와 여동생을 돌보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왔다. 30년지기 친구 김모(33)씨는 사고 다음 날 빈소도 마련되기 전 장례식장을 찾아와 "사는 게 바빠 자주 연락도 못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울먹였다.
박씨는 사고 당일 저녁, 배달을 하다 변을 당했다. 24일 오후 6시 29분쯤 강동구 대명초 인근 도로에 폭 4.5개 차선 규모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박씨가 몰던 오토바이가 그대로 땅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구조 작업은 밤새 이어졌지만, 박씨는 사고 발생 18시간 만인 25일 오전 11시 22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싱크홀 사고 사망자..."주 7일 일하는 가장이었다"

박씨의 직장 동료 A씨는 "회사 퇴근 후 오전 2시까지 배달하고, 몇 시간 뒤 다시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하던 친구였다"며 "성실하고 똑똑했던 친구가 이렇게 허무하게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고인의 성격도 긍정적이고 따뜻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함께 학원을 다녔던 김씨는 "애니메이션 코스프레를 하고 친구들을 웃기던, 사람들 기분을 먼저 살피던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박씨의 빈소는 25일 서울 강동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사고 소식을 접한 유족들은 오후 2시쯤부터 장례식장 대기실에 모여 오열했다. 유족들은 "우린 받은 것밖에 없는데...", "우리 애기 어떡하냐"며 한참을 눈물 흘렸다.
이번 싱크홀 발생은 노후 상수도관과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 구간 공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싱크홀이 생긴 원인,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과정 등을 조사하고, 박씨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정밀 종합 조사를 위해 관계기관과 협동 조사를 꾸린다는 방침이다.
지하철공사 관계자, 서울시에 싱크홀 우려 민원 2번이나 냈었다

서울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30대 남성이 숨진 가운데 사고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지하철 공사에 참여했던 관계자가 '지반 붕괴'를 우려하는 민원을 서울시에 두 차례나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이번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지점을 정확히 지목해 두 차례나 민원을 냈지만, 그때마다 서울시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는 답을 내놓았다.
2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강동구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1공구' 공사에 참여했던 한 건설업 관계자 A씨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총 두 차례에 걸쳐 지반 붕괴 우려 민원을 제기했다.
A씨가 붕괴가 우려된다며 지목한 '1공구 종점 터널 구간'은 이번 싱크홀 사망 사고가 발생한 곳 바로 아래이다.
최초 민원은 지난해 10월 21일에 제기됐다. A씨는 "서울도시철도 9호선 연장 1공구(의) 부실공사, 근로자 안전관리 위반, 환경관리 위반을 고발한다"고 민원을 냈다. 그는 해당 민원에서 "현재 공사현장은 차량 통행이 매우 혼잡한 곳"이라며 "언제 무너질지 모르고, 위험하게 작업하는 현장을 과연 시민들이 알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공사 자재 등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안전관리 등 지적하신 부분에 대해 관련 법률 검토, 현장확인, 면담을 시행한 바 현재 특이사항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A씨는 올해 2월 24일 서울시에 다시 '지반 붕괴 우려' 민원을 넣는다. A씨는 다시 "1공구 종점 터널구간은 암반층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해당 인근 지역은 주택 및 차량통행이 많은 지역으로 토압(토지에 가해지는 압력)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번에도 "공법 등에는 차이가 있으나, 안정성이 확보된 상태로 설계했다"고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결국 공사에 참여했던 관계자가 △연약한 지반 △강한 압력 △부실 공사 등으로 인한 붕괴를 우려해 두 차례나 민원을 낸 것이다. 현재 이번 싱크홀 사망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하철 공사가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지하철 공사가 주요 원인으로 조사될 경우 서울시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미 "사고 지점과 (터널굴착 지점은) 거의 일치한다.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붕괴를 우려한 민원이 두 차례나 제기됐다는 논란에 대해 서울시는 당시 계측기를 통해 살펴봤지만 이상 징후 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고 징후를 파악하기 위해 계측하는데, 계측기를 통해 땅의 침하 여부 등 움직임을 볼 수 있다"며 "당시 터널 구간에 계측기를 점검한 결과 이상 징후가 없었기에 그렇게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